[성동저널] 방송 시사프로그램 따위에 출연해 사회자의 진행을 돕는 역할을 하거나, 토론에 참여하여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패널(Panel)이라고 합니다.
패널를 빗대서 五鼠知技(오서지기)라는 날다람쥐에 대해 잠깐 언급하겠습니다. 날다람쥐는 일반 토종 다람쥐보다 더 크기도 하지만,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닐 수 있어 '날다람쥐' 라는 칭호를 얻었습니다.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의 기술이 있지만 궁하다'는 이 말은 순자의 ‘勸學(권학)’편에 있는 구절을 후한 때의 학자 허신이 고전의 글자를 해설하면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梧鼠五技而窮(오서오기이궁)"이라고 하는데요,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 기술이 있지만 窮(궁) 하다"라는 뜻입니다.
날다람쥐가 다섯가지 재주는 있으면서도 窮(궁) 하다는 뜻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날다람쥐는 곧잘 날지만 지붕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나무를 잘 타지만 꼭대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헤험도 곧잘 하지만 계곡을 건널 수 없고, 구멍도 곧잘 팔 수 있지만 제 몸하나 숨길정도로 깊이 파지 못하고, 또한 곧잘 뛰지만 사람보다 앞서 뛰질 못한다면서.
다른 동물들이 갖지 못한 여러가지 재주를 갖고는 있지만, 그 재주를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제 몸 하나 지키기에도 모자란다고 설명을 합니다.
이렇듯 날다람쥐가 가진 재주는 이것저것 잘하는 것 같지만 정작 뛰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비유하거나 하찮은 재주나 말솜씨로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빗대서 말할 때 五鼠知技(오서지기)라는 성어를 사용해 교훈을 주는 말입니다.
종편에 출연하는 패널(Panel)들이 꼭 날다람쥐를 닮은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말만 번드르르하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습니다. 출연하는 패널(Panel)들이 조리 있는 말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큰 무기가 없을 것입니다.
언변에 능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며, 미흡한 정치인의 마음을 다스려 움직일 수 있다면 역사의 큰 흐름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리하여야 할 패널(Panel)들이 편협적인 사상에 빠져들어 때로는 일반인들보다도 못한 말장난을 일삼으니 한숨만 나오는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비전(vision)을 제시하거나 국민 통합의 길을 찾아 상생의 길로 매진하진 못할망정 갈수록 격이 떨어지는 패널(Panel)들이 상대를 헐뜯는 분열의 사상으로 갈라치기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꼬투리 잡아 속을 뒤집거나, 사실을 교묘하게 뒤틀어 논점을 흐리거나, 심지어 억지스러운 '프레임(frame)'으로 상대의 의견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종편의 패널(Panel)로 출연하거나, 시사평론가로 출연하여 현란한 말솜씨로 언뜻 보기에 자신이 대단한 것처럼 썰 풀어대지만 마치 날다람쥐처럼 실속이 없어 괜한 뒷다리만 긁어대는 것처럼 쓸모가 없습니다.
종편에 출연하는 패널(Panel)들이 실제로도 대단하고 그에 걸맞은 이름이 알려졌으면 명실상부하다고 인정을 받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 언행일치로 우리가 바라고 기대하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날다람쥐처럼 이름이 실제보다 과대하게 부풀려지는 경우가 있으며, 자격 미달의 평론가들이 그저 자기주장에 불과한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채우고 있으니,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청자가 어찌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믿음이 있겠습니까?
합당하고 조리 있는 말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국민의 정서를 바꿀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자기의 혀만 믿고 시청자를 현혹하지 말고 좀 더 깊이 있는 지식과 좀 더 국가를 위한 대의적인 명분으로 현안에 대해 실속 있는 토론을 하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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