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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수박아! 미안해!!’
[기고] 정진성의 감성을 깨우다... ‘수박아! 미안해!!’
  • 성동저널
  • 승인 2024.07.2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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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정진성 성동저널 편집자문위원

성동저널 = 여름철에 인기 있는 과일 중의 하나가 수박입니다.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지로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되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1507년)에 편찬한 ‘燕山君日記(연산군일기)’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그 이전부터 재배하였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출처: 네이버)

'燕山君日記(연산군일기)'는 조선 제10대 왕인 연산군의 재위 기간(1494년~1506년) 동안의 국정 전반에 관한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국보 제151호이며 현재 역사기록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수박 재배는 제철에 하는 것은 물론, 시설을 갖춘 원예 재배를 통해 제철이 아님에도 달달한 수박을 맛볼 수 있을뿐더러, 씨 없는 수박을 개량하여 먹기에도 편하며, 한의학에서는 숙취 해소, 보혈, 방광염 등등에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수박은 암.수 한그루이며 옛말로 西瓜(서과), 水瓜(수과), 時瓜(시과)라고도 했으며, 연한 노랑색의 꽃이 5~6월에 피며 줄기는 길게 자라서 땅 위를 기면서 성장합니다. 요즘처럼 긴 장마철에 생산된 수박은 물기를 흠씬 머금어 맛이 덜 하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우리나라 속담에 ‘수박 겉 핦기’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어떠한 사물이나 그 사물의 근본적인 내용의 실체를 모르고 겉만 건드리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란 말처럼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거나, 일을 건성건성 대충할 때도 이 말을 쓰기도 합니다.

아무튼, ‘수박 겉 핦기’를 한자어로 표현하면 '西瓜皮舐(서과피지)'라고 합니다. 수박의 껍질은 두꺼워서 벗겨 내고 알맹이를 먹어야 하는데, 겉만 핦고서는 맛을 알 수 없습니다.

'西瓜皮舐(서과피지)'는 丁若鏞(정약용: 1762~1836)이 엮은 耳談續纂(이담속찬)에 나오는 말입니다.

'西瓜外舐 不識內美(서과외지 불식내미) 言人不可以外貌知也(언인불가이외모지야)’ '수박의 겉만 핥는 것은 그 속의 좋은 맛을 알 수 없다. 사람들도 외모만 보고 그 속을 판단하려 한다면

옳지 못하다'라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수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남의 속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지 말라거나, 그 사람의 인성을 모르면서 외모만 보고 판단하려 하는 어리석음을 꼬집을 때 쓰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을 표현할 때 대표적으로 表裏不同(표리부동)이란 한자어를 쓰는데요, 表裏不同(표리부동)의 유래는 기록에는 없지만 巷說(항설)로 전해져 오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중국 東晉(동진) 최고의 서예가 王羲之(왕희지: 307~365)가 있습니다. 워낙 유명하니 시장에서 왕희지의 글씨를 파는 상인이 있어 서예 작품을 샀는데, 나중에 왕희지의 글씨체를 잘 아는 전문가가 보고 그것이 가짜라는 것입니다. 사실 장사꾼의 현란한 말솜씨에 속아 넘어간 꼴이죠.

양고기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羊頭狗肉(양두구육)과 비슷한 말이 되겠습니다.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하며 물건을 파는 시장 상인을 빗대서 表裏不同(표리부동)이란 말이 유래되었다고 巷說(항설)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表裏不同(표리부동)은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형편없음을 지적할 때도 쓰이는 말이지만, 앞에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비방하고 배신하는 그런 류의 사람을 가리켜 사용하기도 합니다.

결국은 사람의 이중성을 말하거나 가식적인 행위를 지적하는 것인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이 바로 이런 류의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表裏不同(표리부동)한 사람은 신뢰를 파괴하는 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表裏不同(표리부동)한 사람은 언제 어느 때고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으로 나에게 피해를 줄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런 이유로, 당장은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흉금을 터놓고 오래 사귈 사람은 아니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튼, 겉과 속이 전혀 다른 과일이 수박이다 보니 表裏不同(표리부동)한 사람을 지적할 때마다 아무런 죄가 없는 수박이 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달달한 맛을 아낌없이 선사하는 수박에 고마움을 표해도 시원찮을 판에, 表裏不同(표리부동)함을 결부시켜 이중적인 인간의 못된 마음을 빗대니, 수박에게 괜히 미안할 뿐입니다. "수박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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